1972년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전면 금지' 이후 45년
'범죄와의 전쟁'... 1991년 자동차전용도로 주행도 금지
OECD 35개 국 중 한국에만 있는 오토바이 주행 규제
[법률방송뉴스] 우리사회에는 잘못 굳어진 고정관념 혹은 비합리적 관성 때문에, 비상식이 당연한 것처럼 통용되는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표현으로 하면, 그런 것도 '적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법률방송이 얼마 전에 보도한 자동차 선팅 문제도 그 중의 하나인데요. 이번에는 '오토바이' 이야기입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오토바이에 대한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 제한, 정말 당연한 걸까요.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현장기획이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규제가 정말 당연한 것인지, 시리즈로 집중 점검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우리나라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규제의 역사를 취재했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입니다.
왕복 10차선,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자동차와 SUV, 버스 등 차량이 시원하게 내달립니다. 당연히 오토바이는 없습니다.
[하영봉(50) / 서울 종로구]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 않겠어요. 저도 오토바이 타봤지만 오토바이가 사고의 덩어리잖아. 다니면 절대 안 되죠..."
한강을 따라 서울의 동과 서를 가로지르는 강변북로입니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역시 당연히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올림픽대로입니다. 자동차 전용도로여서 보시다시피 이륜차는 통행할 수 없다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이륜차는 왜 이런 규제가 생긴 걸까요. 역사적 배경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규제 역사는 지난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8년 12월 우리나라 첫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 개통 당시만 해도 배기량 250cc 이상 오토바이는 고속도로 진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3년 6개월 뒤인 1972년 6월,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은 돌연 전면 금지됩니다.
금지의 법적 근거는 내무부 고시, "앞바퀴가 하나여서 방향조정이 위험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선 250cc 이상 오토바이 자체가 구경하기도 힘들었고, 오토바이 고속도로 사고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김필수 교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안전이라는 핑계를 댄다고 볼 수가 있는 거예요. 중요한 것은 뭐냐면 안전이라는 핑계를 대고 '위험하다'라고..."
사실 당시 고속도로 사고의 주범은 바퀴 3개 달린 이른바 '용달용 삼륜차'였습니다. 삼륜차는 최고속도가 60km/h 정도밖에 되지 않고, 툭하면 전복되는 등 말 그대로 '사고 덩어리'였습니다.
[김필수 교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일단 바퀴가 하나고 뒤에 두 개였고, 또 무게중심이 높았었고요. 그러다보니까 짐을 많이 싣게 되면 곡선 구간에서 차가 불안정해지면서 넘어가서 사고가 많이..."
사고가 많은 삼륜차 고속도로 진입을 제한하면서 ‘바퀴 2개 오토바이는 더 위험하겠지‘ 하며 그냥 도매금으로 넘어갔다는 겁니다.
실제 당시 신문기사 등을 보면 저속, 그러니까 ‘느린 속도’를 문제 삼았지 오토바이 자체가 위험하다는 지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진수 협회장 /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
"70년대에 삼륜차가 자주 도로를 달리다가 전복되는 사고가 자주 있었는데 삼륜차에 이륜차를 묶어서 전용도로나 진입을 불허하게 한 것으로..."
자동차 전용도로 오토바이 진입 금지는 오토바이 운전자 입장에선 더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역시 1969년 개통된 서울 강변북로를 시작으로 자동차 전용도로가 생길 당시, 250cc 이상 오토바이는 진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습니다.
나아가 1985년에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125cc 이상 오토바이도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수 있게 했습니다. 이게 사단이 됐습니다.
주머니가 가벼워 큰 배기량의 오토바이를 구입할 여력이 부족한 10대, 20대 초반 폭주족들이 자동차 전용도로로 쏟아져 나와 떼 지어 너도나도 폭주 경쟁을 벌인 겁니다.
심지어 오토바이가 납치와 날치기 등 범죄에 이용되면서 경찰은 ‘폭주족 조직’을 범죄조직에 준해 단속하고 처벌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1991년 10월, 노태우 정부의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두 달 뒤인 1991년 12월, 오토바이의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도 전면 금지됩니다.
그 이후 수십년 간 오토바이는 자동차와 동등한 규제를 받으면서 고속도로는 물론 자동차 전용도로도 진입하지 못하는 '도로 위의 서자 '가 됐고, 지금도 서자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OECD 35개국 가운데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을 제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1972년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전면 금지' 이후 45년
'범죄와의 전쟁'... 1991년 자동차전용도로 주행도 금지
OECD 35개 국 중 한국에만 있는 오토바이 주행 규제
[법률방송뉴스] 우리사회에는 잘못 굳어진 고정관념 혹은 비합리적 관성 때문에, 비상식이 당연한 것처럼 통용되는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표현으로 하면, 그런 것도 '적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법률방송이 얼마 전에 보도한 자동차 선팅 문제도 그 중의 하나인데요. 이번에는 '오토바이' 이야기입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오토바이에 대한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 제한, 정말 당연한 걸까요.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현장기획이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규제가 정말 당연한 것인지, 시리즈로 집중 점검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우리나라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규제의 역사를 취재했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입니다.
왕복 10차선,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자동차와 SUV, 버스 등 차량이 시원하게 내달립니다. 당연히 오토바이는 없습니다.
[하영봉(50) / 서울 종로구]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 않겠어요. 저도 오토바이 타봤지만 오토바이가 사고의 덩어리잖아. 다니면 절대 안 되죠..."
한강을 따라 서울의 동과 서를 가로지르는 강변북로입니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역시 당연히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올림픽대로입니다. 자동차 전용도로여서 보시다시피 이륜차는 통행할 수 없다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이륜차는 왜 이런 규제가 생긴 걸까요. 역사적 배경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규제 역사는 지난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8년 12월 우리나라 첫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 개통 당시만 해도 배기량 250cc 이상 오토바이는 고속도로 진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3년 6개월 뒤인 1972년 6월,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은 돌연 전면 금지됩니다.
금지의 법적 근거는 내무부 고시, "앞바퀴가 하나여서 방향조정이 위험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선 250cc 이상 오토바이 자체가 구경하기도 힘들었고, 오토바이 고속도로 사고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김필수 교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안전이라는 핑계를 댄다고 볼 수가 있는 거예요. 중요한 것은 뭐냐면 안전이라는 핑계를 대고 '위험하다'라고..."
사실 당시 고속도로 사고의 주범은 바퀴 3개 달린 이른바 '용달용 삼륜차'였습니다. 삼륜차는 최고속도가 60km/h 정도밖에 되지 않고, 툭하면 전복되는 등 말 그대로 '사고 덩어리'였습니다.
[김필수 교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일단 바퀴가 하나고 뒤에 두 개였고, 또 무게중심이 높았었고요. 그러다보니까 짐을 많이 싣게 되면 곡선 구간에서 차가 불안정해지면서 넘어가서 사고가 많이..."
사고가 많은 삼륜차 고속도로 진입을 제한하면서 ‘바퀴 2개 오토바이는 더 위험하겠지‘ 하며 그냥 도매금으로 넘어갔다는 겁니다.
실제 당시 신문기사 등을 보면 저속, 그러니까 ‘느린 속도’를 문제 삼았지 오토바이 자체가 위험하다는 지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진수 협회장 /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
"70년대에 삼륜차가 자주 도로를 달리다가 전복되는 사고가 자주 있었는데 삼륜차에 이륜차를 묶어서 전용도로나 진입을 불허하게 한 것으로..."
자동차 전용도로 오토바이 진입 금지는 오토바이 운전자 입장에선 더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역시 1969년 개통된 서울 강변북로를 시작으로 자동차 전용도로가 생길 당시, 250cc 이상 오토바이는 진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습니다.
나아가 1985년에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125cc 이상 오토바이도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수 있게 했습니다. 이게 사단이 됐습니다.
주머니가 가벼워 큰 배기량의 오토바이를 구입할 여력이 부족한 10대, 20대 초반 폭주족들이 자동차 전용도로로 쏟아져 나와 떼 지어 너도나도 폭주 경쟁을 벌인 겁니다.
심지어 오토바이가 납치와 날치기 등 범죄에 이용되면서 경찰은 ‘폭주족 조직’을 범죄조직에 준해 단속하고 처벌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1991년 10월, 노태우 정부의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두 달 뒤인 1991년 12월, 오토바이의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도 전면 금지됩니다.
그 이후 수십년 간 오토바이는 자동차와 동등한 규제를 받으면서 고속도로는 물론 자동차 전용도로도 진입하지 못하는 '도로 위의 서자 '가 됐고, 지금도 서자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OECD 35개국 가운데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을 제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