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대표적인 경우가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이다. 미국의 경우 일반폭력과 다르게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중간에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사건이 기각되지 않는다. 가정폭력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형사절차를 진행하며, 피해자가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법정에 출두하지 않을 경우, 강제구인 절차를 통해서라도 사건을 진행한다. 그만큼 가정폭력에 대해서 엄하게 다룬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가정폭력은 반의사불벌죄로 분류하여 가해자의 처벌을 피해자의 의사에 맡기고 있다. 2023년 현재, 이에 대한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되기는 하였으나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반의사불벌죄와 관련한 미국의 사례를 소개한다. 추수감사절에 가족이 모였는데 술에 취한 오빠가 여동생에게 손찌검을 했고 동생은 경찰에 신고를 했다. 오빠는 경찰에 체포되었고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었다. 명절은 망쳤고,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오빠는 부모와 살고 있던 여동생과 함께 있을 수 없어서, 자기집으로 돌아갔다. 간단한 사건이어서 배심원 재판은 하지 않고, 판사의 단독심리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피고인 오빠는 당연히 출석을 했지만 피해자인 여동생이 출석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증언이 없이는 재판이 진행될 수 없고 사건은 기각 (dismiss)되게 마련인데, 가정폭력 사건이었기 때문에 법원은 피해자인 여동생에게 강제구인명령을 내렸다. 피해자에서 졸지에 법정모독죄의 피고인이 된 동생의 변호를 맡았던 나는 아버지가 딸의 법정 출두를 막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릇된 판단이지만 아버지 입장에서는 딸이 증언하지 않으면 아들이 전과자가 되지 않을 것이란 계산 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딸이 전과자가 될 판이었다. 다행이 모든 상황을 들은 판사는 딸의 증언을 인정했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법정모독죄로 기소되고 아들은 가정폭력죄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고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이 같은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정폭력이 반의사불벌죄로 남아있는 한, 피해자가 외압에 의해서 처벌의사를 철회하면 사건은 사라지고 만다. 이런 점에서 현재 논의중인 법률개정은 의미가 있다.
법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또 하나 있다. 1998년부터 시행된 한국의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2조에 의하면 가정폭력의 대상으로 배우자와 배우자였던 사람은 포함되지만, 연인이거나 연인이었던 사람은 포함하지 않는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이나 이별 통보 후의 폭력이 일반 형사사건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또한 사실혼관계에 있는 부부를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사실혼 여부에 대한 경찰의 판단의 어려움이 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결국 정식으로 혼인하고 혼인신고를 마친 커플만 보호한다는 것인데 사귀다 헤어짐이 다반사이고 혼인신고 하지 않고 사는 커플들의 늘어나는 지금,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가정폭력의 대상은 연인과 전 연인, 동성 연인, 심지어 불륜관계에 있는 커플까지를 포함한다. 불륜도 가정폭력의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가족제도의 보호라는 공공의 가치에 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관계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 또한 가정폭력으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형사법원 근무 당시 가정폭력으로 입건된 한 남자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었다. 불륜관계에 있던 싱글남이 유부녀였던 상대 여성에게 형사고소를 당한 사건이었다. 여성의 몸에 있던 상처를 근거로 고소는 이루어졌다. 남자의 설명에 의하면 두 사람은 변태적 성관계 때문에 신체에 타박상 등이 있었고 두 사람의 불륜 관계를 알게 된 여인의 남편이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남자를 폭력혐의로 고발하라고 부인을 다그쳤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론 잘 이해가 안 가지만 세상엔 상식 밖의 일들이 의외로 많다. 기소하는 검찰도 답답했을 지 모르지만 사건은 배심원 재판으로 넘겨졌다. 가정폭력 혐의가 적용된 이상 피해여성은 불륜관계를 인정해야만 했고, 재판은 배심원들의 귀를 쫑긋하게 할만한 내용들이었다. 긴 배심원 재판 때 졸거나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이 재판에서는 보지 못했다. 결국 여성은 상당 부분 자신들의 변태적인 성 관계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좀 더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성행위에 대한 피고 남성의 증언까지 다 듣고 난 뒤 호기심에 가득 찬 12명의 배심원은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실은 이렇게 싸구려 같을 때가 많다. 그래서 어쩌면 드라마는 현실을 넘을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싸구려 같은 현실이라도 법의 잣대는 공평하게 적용될 수 밖에 없다. 어설프게 구별하려 할 때 법의 공정성은 훼손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정폭력법이 보호하려고 했던 대상이 위 사례의 불륜커플의 변태적인 관계는 아닐지 모르지만 그 의도는 분명하다. 극히 사적인 관계에 있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력에 대해서 보다 엄중히 처벌하고 예방하겠다는 의도 이다.
K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이 사법제도에서도 보다 성숙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한 사회의 뼈대에 이제는 정교하게 살을 붙이고 다듬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가정폭력이라는 특수한 영역의 법률이 그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수정·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경우가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이다. 미국의 경우 일반폭력과 다르게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중간에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사건이 기각되지 않는다. 가정폭력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형사절차를 진행하며, 피해자가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법정에 출두하지 않을 경우, 강제구인 절차를 통해서라도 사건을 진행한다. 그만큼 가정폭력에 대해서 엄하게 다룬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가정폭력은 반의사불벌죄로 분류하여 가해자의 처벌을 피해자의 의사에 맡기고 있다. 2023년 현재, 이에 대한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되기는 하였으나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반의사불벌죄와 관련한 미국의 사례를 소개한다. 추수감사절에 가족이 모였는데 술에 취한 오빠가 여동생에게 손찌검을 했고 동생은 경찰에 신고를 했다. 오빠는 경찰에 체포되었고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었다. 명절은 망쳤고,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오빠는 부모와 살고 있던 여동생과 함께 있을 수 없어서, 자기집으로 돌아갔다. 간단한 사건이어서 배심원 재판은 하지 않고, 판사의 단독심리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피고인 오빠는 당연히 출석을 했지만 피해자인 여동생이 출석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증언이 없이는 재판이 진행될 수 없고 사건은 기각 (dismiss)되게 마련인데, 가정폭력 사건이었기 때문에 법원은 피해자인 여동생에게 강제구인명령을 내렸다. 피해자에서 졸지에 법정모독죄의 피고인이 된 동생의 변호를 맡았던 나는 아버지가 딸의 법정 출두를 막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릇된 판단이지만 아버지 입장에서는 딸이 증언하지 않으면 아들이 전과자가 되지 않을 것이란 계산 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딸이 전과자가 될 판이었다. 다행이 모든 상황을 들은 판사는 딸의 증언을 인정했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법정모독죄로 기소되고 아들은 가정폭력죄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고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이 같은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정폭력이 반의사불벌죄로 남아있는 한, 피해자가 외압에 의해서 처벌의사를 철회하면 사건은 사라지고 만다. 이런 점에서 현재 논의중인 법률개정은 의미가 있다.
법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또 하나 있다. 1998년부터 시행된 한국의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2조에 의하면 가정폭력의 대상으로 배우자와 배우자였던 사람은 포함되지만, 연인이거나 연인이었던 사람은 포함하지 않는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이나 이별 통보 후의 폭력이 일반 형사사건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또한 사실혼관계에 있는 부부를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사실혼 여부에 대한 경찰의 판단의 어려움이 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결국 정식으로 혼인하고 혼인신고를 마친 커플만 보호한다는 것인데 사귀다 헤어짐이 다반사이고 혼인신고 하지 않고 사는 커플들의 늘어나는 지금,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가정폭력의 대상은 연인과 전 연인, 동성 연인, 심지어 불륜관계에 있는 커플까지를 포함한다. 불륜도 가정폭력의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가족제도의 보호라는 공공의 가치에 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관계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 또한 가정폭력으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형사법원 근무 당시 가정폭력으로 입건된 한 남자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었다. 불륜관계에 있던 싱글남이 유부녀였던 상대 여성에게 형사고소를 당한 사건이었다. 여성의 몸에 있던 상처를 근거로 고소는 이루어졌다. 남자의 설명에 의하면 두 사람은 변태적 성관계 때문에 신체에 타박상 등이 있었고 두 사람의 불륜 관계를 알게 된 여인의 남편이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남자를 폭력혐의로 고발하라고 부인을 다그쳤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론 잘 이해가 안 가지만 세상엔 상식 밖의 일들이 의외로 많다. 기소하는 검찰도 답답했을 지 모르지만 사건은 배심원 재판으로 넘겨졌다. 가정폭력 혐의가 적용된 이상 피해여성은 불륜관계를 인정해야만 했고, 재판은 배심원들의 귀를 쫑긋하게 할만한 내용들이었다. 긴 배심원 재판 때 졸거나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이 재판에서는 보지 못했다. 결국 여성은 상당 부분 자신들의 변태적인 성 관계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좀 더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성행위에 대한 피고 남성의 증언까지 다 듣고 난 뒤 호기심에 가득 찬 12명의 배심원은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실은 이렇게 싸구려 같을 때가 많다. 그래서 어쩌면 드라마는 현실을 넘을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싸구려 같은 현실이라도 법의 잣대는 공평하게 적용될 수 밖에 없다. 어설프게 구별하려 할 때 법의 공정성은 훼손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정폭력법이 보호하려고 했던 대상이 위 사례의 불륜커플의 변태적인 관계는 아닐지 모르지만 그 의도는 분명하다. 극히 사적인 관계에 있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력에 대해서 보다 엄중히 처벌하고 예방하겠다는 의도 이다.
K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이 사법제도에서도 보다 성숙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한 사회의 뼈대에 이제는 정교하게 살을 붙이고 다듬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가정폭력이라는 특수한 영역의 법률이 그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수정·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출처 : 법률방송뉴스(http://www.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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